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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터무니없는 요구
춘목강의 신 교룡이 갑자기 왜 달려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 때문에 걸음 한 것은 틀림없었다. 참으로 황당한 생각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 누런 연기 때문일 지도 몰랐다.
계연이 향을 올릴 때, 괴이한 누런 연기가 피어올랐었다. 그러나 당시 계연은 자신이 술에 취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왠지 불길한 마음에 재빨리 향불을 끄고 나니, 희한하게도 몸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약간 켕기는 탓에, 신당의 벽화와 기념글을 구경하려던 계연은 재빨리 신당을 빠져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하늘에 용 모양의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춘해부 밖 어딘가로 툭 떨어졌다. 뒤이어 용의 기운이 신당을 가득 메운 것을 보니, 교룡이 그곳을 찾은 게 분명했다.
누구 때문에 신당을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계연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계연은 그가 생각하기에도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다.
‘설마 향을 중간에 꺼버렸다고 따지러 온 건 아니겠지?’ 그래도 나름 강의 신인데, 이렇게 좀스럽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인은 그 누런 연기에 있을 터였다. 곧이어 계연은 자신을 괴롭혔던 괴이한 감각을 떠올렸다.로투스바카라
하지만 오래전 성황신에게 향을 올릴 땐 이런 일이 없지 않았던가. 보아하니 그 단로와 연관이 있는 듯했다.
‘아휴, 앞으로 신당에 들어가면 반절만 해야겠어. 향은 함부로 올리면 안 되겠네…….’ 이러한 생각으로 성에 들어선 계연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성의 서쪽으로 재빨리 걸음을 재촉한 그는 표향방(飄香坊)을 지나, 성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강의 신과 알 수 없는 갈등을 빚은 이상,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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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목강의 신당.

소름 끼치는 기운을 뿜어내던 노인이 도관을 놓아 주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내기가 두려웠다. 그들은 신당을 떠나는 노인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신당 밖의 행상인들은 여전히 목청 놓아 호객 행위를 했다. 주변에는 다급히 걸음을 옮기는 참배객들과 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부유한 행색의 노인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매우 느린 걸음을 옮기던 그는 실의에 잠긴 채 무언가를 궁리했다.로투스홀짝
조금 전 한 고인은 그에게 공덕의 기운을 나눠주었다. 누런 기운은 욕망이 뒤섞인 평범한 참배객들의 소원과는 달랐으며, 금세 흩어져 사라지는 가루 같기도 했다. 의심할 여지 없이 순결한 기운이었다. 늙은 교룡인 그조차도 하마터면 진정한 맛을 알아차리지 못할 뻔했으니 말이다.
어지러움을 호소하기 전까지, 하얀 교룡은 온몸이 간지럽고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곧 기가 끊길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였지만, 그는 곧바로 회복했다. 하얀 교룡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신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를 반기는 것은 보잘것없는 광경뿐이었다.
신비롭기 그지없는 공덕의 기운을 나눠준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관건은 정말로 공덕을 나눠주는, 그런 믿기 어려운 일을 행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천지의 기운을 이용해 공(功)을 창조하는 것은 오랜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던 이야기가 아니던가!
“만약 그 향이 꺼지지 않고 그대로 다 타 버렸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왜 향을 피웠다가 다시 꺼버린 것일까. 도대체 왜 인연이 닿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내가 무언가를 잘못하였나…….” 그 순간, 오래전에 정통 신위를 획득한 춘목강의 신은 마치 혼이 나간 듯이 한참 동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시야에서 서서히 존재감을 잃어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희미한 용의 형상으로 변해 날아올랐다.

하얀 교룡과 비슷한 경지에 도달하면, 놓친 인연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치를 알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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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춘목부에서 기다리던 거북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거북은 본디 조용하고 얌전한 습성을 지녔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강의 신이 차분함을 잃은 것인지 궁금한 나머지, 온갖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강의 신이 떠난 지 대략 반 시진(*半時辰: 약 1시간) 정도가 지나자, 한 노인이 물살을 따라 춘목부로 다가왔다.
“신이시여!”오픈홀덤
“강의 신이시여 오셨습니까!” 야차와 거북이 재빨리 예의를 갖추며 인사를 올렸다.
“그래…….”

그들의 앞에서 다시 냉담한 태도를 되찾은 하얀 교룡은 짧은 대답을 건넨 뒤, 곧바로 모래밭 옆으로 밀려난 술 단지를 향해 걸어갔다. 손을 뻗어 단지 하나를 연 그는 그대로 술을 들이켰다.
벌컥벌컥.
단숨에 천일춘 하나를 비웠지만, 마음속의 불만은 여전히 사라질 줄을 몰랐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강렬히 불타올랐다.
바로 그때, 하얀 교룡이 갑자기 거북을 바라보았다. 그 알 수 없는 눈빛에 거북은 겁이 날 지경이었다.
“거북아. 네 그 기량으로 내 운수를 한번 점쳐보거라!” 하얀 교룡은 그사이 또 다른 술 단지를 쥐고 다가왔다.
“똑똑히 듣거라. 이 칙봉은 네게 굉장히 위험해. 만약 네가 나의 상을 읽고도 죽지 않는다면, 내 앞으로 너를 전력으로 도와주겠다!” 칼같이 단호한 말은 거북에게 생각할 여지도 남겨주지 않았다. 본디 냉혈동물인 거북은 온몸이 더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며, 명 받들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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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수행과 직결된 일이니, 하얀 교룡은 신중에 신중을 더했다. 교룡은 꼭 정숙해야 할 때를 피해, 몰래 자신의 신당을 찾아가 향로 안의 모든 재를 자택으로 가져왔다.세이프게임
비록 그 향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앞서 손가락 크기만큼은 향이 탄 것이 확실하니, 향로를 찾아보면 재를 발견할 수 있을 터였다.
자택으로 돌아온 교룡은 야차를 물린 뒤에 거북이 보는 앞에서 잿더미 속에 용의 기운을 품은 교룡혈을 뱉었다. 모든 것을 지켜본 거북은 금방이라도 기절할 듯 무서웠다.
반시진(*半時辰: 약 1시간) 동안 준비를 마친 뒤, 거북은 긴장과 두려움을 안은 채, 자신의 상을 읽어보라는 하얀 교룡의 말을 따랐다. 그는 교룡의 생년월일과 진룡으로 둔갑하려다 실패한 구체적인 시간도 확보했다.
이 모든 것이 거북에게 주는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예삿일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에, 강의 신에게 빌러 온 사실마저 후회되기 시작했다.
거북이 점을 치는 순간, 새까맣던 거북의 등껍질에서 서서히 빛나며 구궁팔괘(九宮八卦)의 형태가 빛나기 시작했다.
점을 보던 거북은 꾹 감고 있던 두 눈을 살며시 뜨더니, 마침내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점괘가 나온 것이다.
점괘로 인한 위험은 사라진 것 같으나, 진정한 위험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게 분명했다.
거북의 표정 변화에, 옆에 있던 하얀 교룡이 다정하게 물었다.
“어떤가? 점괘가 나왔느냐?” 거북은 반사적으로 목을 확 수축한 채로 노인 행색을 한 강의 신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살펴보았다. 망설이는 눈빛과 결백을 주장하는 듯한 표정이 무척이나 불쌍해 보였다.
“신이시여……. 이 거북이 평생토록 한 수행을 걸고 맹세컨대, 이 점괘는 절대 거짓이 아닙니다. 그러나 점괘가…… 텅 비어 있습니다!” ‘텅 비어 있다니?’
교룡은 미동도 하지 못하는 거북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표정이 복잡하게 변하는 가운데, 교룡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끝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한참 뒤에야 그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하……. 됐다, 됐어. 이만 물럿거라.” 여전히 두려움에 떨던 거북은 마치 절망 속에서 탈출하듯,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헐레벌떡 춘목부 밖으로 뛰쳐나갔다. 점괘에 대한 복채조차 요구하지 않은 채 말이다.
“거북…….”
그런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거북이 그대로 얼어붙었다.세이프파워볼
“내 네게 자오연결(自悟煉訣)을 일부 전수해주겠다. 비록 거북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나, 그중 괜찮은 것만 골라 수련해도 괜찮다. 그러나 10년 안에 경지를 높이지 못한다면, 신으로 둔갑하는 것을 고려해 보거라!” 그 말에 거북은 행복에 흠뻑 젖었다. 그가 뒤로 돌아 교룡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흠……. 본디 거북은 수행이 어려운 몸이니, 잘해 보거라!” 그 말을 끝으로, 강의 신은 소매를 펄럭이더니 뒷방으로 들어갔다. 멀리 쌓여있던 귀한 술 단지들도 물살을 타고 그의 뒤를 따랐다.


일찌감치 도망친 계연이 하얀 교룡의 상태를 알 길은 없었지만, 그는 성에서 용의 형상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갑자기 왔다가 금세 가 버리다니, 설마 화난 건 아니겠지?’ 춘목강의 신인 교룡의 조금 전 상태로 미루어 보아, 계연은 자신이 하얀 교룡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하얀 교룡은 계연 때문에 신당을 찾아갔을 것이다.
계연은 아직 구체적인 까닭을 몰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얀 교룡을 찾아가 물을 배짱은 없었다.

하얀 교룡은 이미 떠났지만, 계연은 이곳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는 가는 길에 먹을 과자를 구입한 뒤, 곧바로 서쪽으로 향했다.
한 시진(*一時辰: 약 2시간)이 훌쩍 지났을 무렵, 계연은 춘혜부 서쪽 관도(浩然)에 올랐다.
이곳에도 여전히 마차 행렬이 이어졌지만, 춘혜부처럼 왁자지껄하진 않았다.
계연 또한 훨씬 편해졌다. 그는 티 나지 않을 정도로 보폭을 넓혀 대로를 벗어난 뒤, 살짝 치우친 방향을 향해 나아갔다.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하자, 그는 완전히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다음 목적지는 계주를 벗어나, 의주 동쪽 모퉁이에 있는 좌광도 묘지였다. 그곳까지는 여정이 꽤 멀었지만, 중간에 멈출 일이 없었기 때문에, 계연이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되었다. 계속해서 뛰어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와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그는 마치 바람을 탄 듯이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내달렸다. 계연의 귓가엔 거친 바람 소리가 휘몰아쳤다. 최대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속도를 끌어올린 계연은, 매섭게 발에 힘을 주었다.
슈욱-!

순식간에 그는 하늘로 뛰어올랐다.
“하늘엔 구름뿐이네. 잘 있어라, 춘혜부. 이제 의주로 가자, 하하하하……!” 아직 정말로 구름이나 바람을 타고 나아가진 못했지만, 빠르게 달리던 힘을 빌려 높이 뛰어오르니,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계연은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지난 생에서나 이번 생에서나, 사람들은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했다. 계연 또한 하늘을 나는 것을 자신의 수행 중 중요한 목표로 설정했다.
간혹 계연은 자신의 자신감에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물론 수행이 아니라, 더 현학적인 것에서 말이다.
계연은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이 정확하다고 충분히 확신했다. 성을 나와 조그만 언덕을 건넌 뒤, 성을 등진 채 남쪽으로 달려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매우 심각한 문제가 계연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만약 내가 이해하고 있던 지도가 틀렸다면 어떡해야 할까?’ 기억 속 깊이 틀어 박혀있던 현대의 기억이 문득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고대의 일부 지도는 굉장히 추상적이는 사실을 계연은 잊고 있었다. 이 시대의 지도는 지난 생의 로드뷰나 위성 지도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떨어진 정확도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계연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지도는 영안현 성황당의 무판이 직접 조각한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겨 버렸다.
무판이 속세에서 죽음을 맞고 성황당의 관리가 된 지도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 년을 되었을 것이고, 그가 생전에 먼 길을 얼마나 많이 나섰을지도 알 턱이 없었다. 그가 조각한 지도는 여러 지도를 조합한 것이었고, 그중 일부는 성황당에서 보관하던 오래된 지도일 수도 있었다.
지도를 조각한 이가 향불로 먹고사는 귀신이라고 해서, 지도가 매우 신비롭고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었다. 이러니 지도의 정확도를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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