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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 난 길게 늘어선 수정 석비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무언가를 찾았다.
지난 번 입실란티스를 쫓아 방문했을 때 알레프(ℵ)의 기록이 재현해낸 태초의 공간이란 곳에서 난 어떤 사내를 만났었다.
아마도 홀로그램이나 어떤 종류의 입체 영상 같은 것이었는데, 입실란티스의 말로는 그가 최초의 마법사라 했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기록 속의 사내가 날 알아보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자는 날 인과를 부수는 자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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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본 것은 그저 단순한 기록일까? 아니면 정말로 아득한 과거의 어느 순간 최초의 마법사와 조우한 것일까?
난 그 답을 찾아보려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알레프(ℵ)의 기록이란 것을 찾아 그 기록 속에 들어갈 필요를 느꼈다.
입실란티스는 어떻게 그걸 가동시켰을까?
아마 이 수정 석비들 사이에 기동 장치가 있을 것이다.실시간파워볼
한참을 헤메었지만 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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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끝도 없이 나열된 수정 석비들 뿐이다.
난 잠시 발을 멈추고 한 석비 앞에 섰다.
혹시?
반쯤 의미 없이 석비 하나에 손을 대었다.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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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석비에 마력을 주입해본다.
우웅! 석비가 빛이난다. 마력과 반응하는 어떤 종류의 기물인 듯 하다.
석비 위에는 작은 동그라미들이 수 없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마력이 주입되면서 그 동그라미들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꽤나 이쁘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난 내 주위의 모습들이 전부 바뀌어버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지난 번 입실란티스에 의해 알레프(ℵ)의 기록 속으로 들어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그 때는 광활한 우주 공간 속에 떠 있었는데, 이번엔 평범한 도시에 서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곳은 무척이나 번화한 도시였다.
이곳 아크네시아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도로 발전한 도시이다.파워볼게임
줄을 지어 서 있는 건물들은 모두 거울처럼 빛나는 유리창으로 장식되어있고, 각기 적어도 수백 미터에 달한다. 디자인도 아크네시아처럼 고풍의 석조 건물이 아니라 지구의 대도시 같은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주변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바쁘게 걸어가고 있고, 고개를 살짝 위로 드니 지구의 자동차 비슷한 물체들이 승객을 싣고 빠르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다.
이곳은 어디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저기서 어떤 사내가 다가오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오웬. 왜이리 늦었나? 빨리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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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난 이게 마지막이란게 믿어지지 않아서 말이지.””
내 의사와는 상관 없이, 난 입을 열어 그 사내에게 대답하고 있었다.엔트리파워볼
“”누군들 좋아서 이러고 있나?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빨리 원로원으로 가세나.””
“”그래. 먼저 가게. 나도 곧 뒤따르겠네.””
여전히 느린 걸음으로 몸을 움직이는 오웬에게 화가 났는지 사내는 무서운 얼굴로 한 번 바라보고는 성큼 발을 옮겼다.
그리고 내 몸도 그를 따라 걸어간다.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른 걺음이다.
아마 저 사내의 경고가 오웬을 그리 만든 모양이다.
오웬? 아마 난 이 오웬이란 사내가 된 모양이다. 수정 석비는 아마도 이 장면을 기록해 놓은 듯 하다. 오웬이라는 사내의 기록일까? 아니면 이 순간의 기록일까? 아직 확실한 답을 내놓기에는 단서가 너무 부족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오웬이란 자는 어떤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주변 건물들에 비해 그리 높지는 않지만 훨씬 더 위압적인 디자인의 건물이다.
건물 앞에는 무언가 무기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사내들이 건물 외각을 두세 줄로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밖으로는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소리지르고 있다. 무언가 항의를 하러 나와 서 있는 모습이다.
원로원이란 곳은 아마 지구의 국회 비슷한 곳일까? 어쩌면 정부를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꽤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오웬은 경비들의 제지를 받지 않고 건물로 들어섰다. 아마 일종의 공무원 쯤 되는 모양이다.
건물 안쪽은 오웬이나 아까의 그 사내처럼 부지런히 어디론가 걷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오웬을 포함해 그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적어도 수천 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광장이다. 그곳은 이미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오웬은 사람이 잔뜩 서있는 곳에 적당히 자리잡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격양한 얼굴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밖에서 경비들을 향해 항의를 하던 사람들과 별 다르지 않은 얼굴 표정. 무언가 대단한 일이 벌어진 것이 틀림없다.EOS파워볼
“”모두 조용히!””
갑자기 어디에선가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모두들 입을 다물고 고개를 들어 공중을 올려보았다. 그곳엔 거대한 사람들의 얼굴이 나타나 있었다. 아마도 일종의 입체 화면 같은 종류이다.
모두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 하나 같이 젊고 아름다운 청년들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이십대를 넘어가는 장년 층은 단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 사회는 모두 젊은이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걸까? 아니면 과학 기술이 너무 발달되어 노화가 없는 걸까?
입체 화면 속의 사람들이 짓고 있는 표정도 그리 밝지는 않다. 하나 같이 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깊은 근심 속에 있었다.
“”이 방법 밖에는 없는게 틀림없습니까?””
광장에 서 있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에 호응하듯 소리를 높히기 시작했다.

“”다들 입을 다물라. 그대들과 논쟁할 시간 따위는 없다.””


입체 화면의 누군가가 소리질렀다. 그러자 광장의 사람들은 정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원로원에서는 결정을 내렸다. 모두가 구원 받을 수는 없다.””
“”어째서 그들이 희생되어야 합니까?””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이가 목소리를 높여 항의를 한다.
“”논쟁할 시간이 정말로 없다. 경고하겠다. 한 번만 더 의사 진행을 방해한다면, 추방하겠다.””
입체 화면의 누군가 소리질렀다.
“”추방을 하겠다면 마음대로 하시오! 난 도저히 당신들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소!””
사내는 꽤 용기 있었다. 하지만 많은 경우가 그러하듯 힘을 갖추지 못한 용기의 끝은 비극일 뿐이다.
사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중에서 빛의 줄기가 번쩍거리더니 그 사내의 몸을 내리쳤다.
번쩍! 그리고 다음 순간 사내의 몸은 재가 되어 무너졌다.

“”빠른 의사 진행을 위해 방해가 되는 자는 경고 없이 추방하겠다.””
아무리 봐도 저건 추방이 아니라 처형이다.
“”당신들은 원로원이지 독재원이 아니오. 시민들의 의사를 대신하…””
누군가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나섰지만 다시 한 줄기 빛의 공격으로 마찬가지로 재가 되어버렸다.
“”준비했던 최종 프로토콜을 진행한다. 선택된 자들은 모두 그곳으로 이동해서 다음 세대를 준비한다.””
“”어째서 가장 오래 산 이들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오!””
“”최소한 공정한 선발 절차를 거쳐야 했소. 이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소!””
원로원의 추방은 그다지 목표를 이루지 못한 모양이다. 빛줄기가 번쩍일 때마다, 한 명 씩 재가 되어버렸지만, 항의를 하는 이들은 오히려 점점 늘어만 갔다.
나름 이해가 간다. 대충 보니 원로원은 독단적으로 살아남을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을 선별한 모양이다. 그리고 살아남을 자들은 대부분 오래 살아온 이들이고, 이 사회에서 더 큰 권력을 지닌 이들인 모양이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는 곳은 어쩐지 서로 비슷한 모양이다.
번쩍! 번쩍! 벌써 수십 명이 재가 되었고, 광장에 서 있던 이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제부터 모두 이동을 시작한다. 모두에게 진정한 구원이 있기를 바란다.””
입체 화면의 원로 중 하나가 말을 마쳤다.

다음 순간 입체 화면이 스르르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텐가? 자네 부인과 아이들은?””
누군가 옆에서 심각한 목소리로 묻고 있었다.
“”같이 있어야지. 나 혼자 살겠다고 그곳으로 갈 수는 없지.””
“”나도 그럴 생각일세. 가세. 더러운 놈들.””
두 사람은 그리 말하고 광장을 빠져나갔다. 아마도 원로원이 마련해두었다는 구원을 포기한 모양이다.
떠나는 이들은 그들이 전부가 아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쁘게 아까 들어왔던 길을 통해 광장을 벗어났다. 그들이 이곳에 온 것은 구원을 원해서가 아니라, 아마 항의를 하거나, 그들의 가족을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였던 듯 하다.
그리고 모든 희망이 사라졌으니, 가족과 함께 마지막을 하려는 듯 보였다.
그에 비해 오웬은 순순히 원로원의 결정을 따르기로 한 모양이다. 광장에 남은 절반 정도는 새로운 길을 따라 걸어간다.
터덜 터덜. 그들의 발걸음에는 힘이 없다. 가족을 찾아 구원을 포기한 자들보다, 구원을 받은 이들 쪽이 오히려 희망을 잃은 듯 보인다.
그들은 마치 사형실에라도 끌려가는 듯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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